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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나의 장비들....

by 쪼옹 2010. 9. 24.
정말 귀신한테 홀렸다는 말을 이럴때 쓰나 봅니다
평소에 물건을 잃어버리는 성격이 아닌데 결론부터 말하면 카메라,렌즈,노트북이 들어있는 분신과도 같은 가방을 잃어버렸다가 찾은 얘기입니다

지난주 태국엘 갔다 왔는데 왠일인지 그날 따라 입국수속도 빨랐고 가방도 빨리 나와서 택시승강장 벤치에 짐을 내려놓고 여유있게 담배한대 피우며 마중 나올 차를 기다렸죠
그런데 차가 도착할때쯤 그곳이 어찌나 복잡하던지 택시, 콜벤들이 줄지어 있고 제가 탈차는 2차선에 정차했는데 뒤에 주차단속 차량이 연신 사진을 찍으며 오고 있어서 부랴부랴 차에 올라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인천대교를 넘어 집에 도착할때쯤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드는게 제가 아끼는 장비들이 가득한 자식같은 베낭을 택시 승강장 벤치에 두고 온게 생각나는게 아닌가
하늘은 노랗게 보이는데 차는 돌릴수 없고....일단 집에 도착하자마자 제차를 몰고 다시 인천공항으로 달려서 가방을 두고온 곳으로 돌아왔는데 이미 가방은 온데간데 없더군요

가방안에 있던 카메라며 노트북은 말할것도 없고 외장하드에 있는 사진들 조차 이젠 다시 볼수 없단 생각을 하니 에휴 지금 생각해도 간담이 서늘하네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분실물센터에 가봤더니 역시나 제 잃어버린 물건은 거기에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CCTV 확인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공항 수사대 연락처를 알려주더군요 이제 마지막 희망은 CCTV 뿐인데.....
수사대 경찰관과 전화 통화를 하니 CCTV확인은 보안사항이라 일반인은 볼수 없다고 하더니 일단 잃어버린 장소를 함께 가보잡니다
경찰관분 어찌나 친절하시던지 본인이 잃어버린듯 안타까워 하면서 함께 가방 잃어버린곳을 돌아보고 시간과 동선을 파악한후 제 사진을 찍어서 홀로 CCTV확인을 하러 갑니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연락이 왔는데 가방이 있던곳을 직접 찍은 카메라는 없고 도로를 찍는 카메라에 조금 찍히긴 했지만 거리가 멀어서 식별이 불가능 하다라는 군요
공항은 왠지 CCTV로 구석구석 촬영할듯 싶은데 길 하나만 건너와도 사각지대가 많은가 봅니다  

근데 이때까지만 해도 가방을 찾을수 있단 생각을 조금 하고 있었는지 그제서야 다리에 힘이 풀리더군요
한참을 벤치에 앉아서 멍때리고 있다가 자포자기 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방을 열어보면 중고로 팔아도 족히 500만원은 넘을듯 한게 가득 들어 있는데 누가 돌려주겠는가
잔뜩 풀이 죽은 나에게 가족들도 마음 비우라고 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제가 생각했던것 보다 많이 순수한가 봅니다
저녁 10시쯤 핸드폰이 울리고 낯선 전화번호가 뜨는데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서 받을수가 없더군요

간신히 전화를 받아 조심스럽게 "여보세요" 하니 "혹시 가방 잃어버리셨죠"란 말이 흘러나오는데 눈물이 나오려고 하더군요
어찌 이런일이....중국 출장을 다녀오시던 길에 가방이 한참을 주인없이 벤치에 있는걸 보고 일단 가져오셨답니다

연락처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노트북을 켜니 스카이프가 자동 로그인 되서 프로필을 보고 전화번호를 아셨다고 하시며 되레 컴퓨터 켜신걸 미안해 하시더군요

다음날 폐가 안되게 오후쯤 댁을 방문하면서 고마움의 표시로 가져간 갈비세트 조차도 선뜻 받으려 하지 않으시던 천사 같은분

상계동에 사시는 그분 정말정말 백만번 천만번 고맙습니다 저도 앞으로 더 착하게 살겠습니다^^
  
당시 없어졌던 장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