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역사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군산에 다녀왔습니다
강화도조약이후 1899년 7번째로 개항된 항구도시 군산은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한 목적으로 개항을 하다보니 일본 상공인들의 경제적 중심지였는데
당시 군산의 인구중 조선인과 일본인의 비율이 5:5정도나 됐으니 인본인들의 도시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재 군산항 주변 구도심의 건물중 약 20%가 일제시대에 지어진 가옥이라는군요
군산 여행의 백미는 새만금 방조제의 철새들도 있겠지만 누가 뭐래도 구도심에 옛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들을 돌아보는 여행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군요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를 비롯해서 일본식 전통가옥인 히로쓰 가옥이나 8월의 크리스마스 영화의 배경이었던 초원사진관까지...
지금부터 좀 더 알차게 군산의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군산 여행은 자동차를 이용해서 동국사를 출발 이영춘 가옥에서 마무리를 했는데 이성당빵집을 제외하고는 주차가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영춘 가옥을 제외한다면 동국사에서 장미칼국수까지 전체구간의 길이가 3.7㎞가 나오니 걸어서 돌아보는것도 가능하리라 생각하지만
날씨가 덥거나 춥다면 3.7㎞도 짧은 거리가 아니기에 자동차가 아니면 자전거를 이용하는것도 좋을듯 싶네요
군산의 첫번째 여행지인 동국사를 보겠습니다
1.동국사 [전라북도 군산시 금광동 135번지 / 국가등록문화재 제64호]
동국사는 한일합방 1년전인 1909년 6월 일본 조동종 승려 우찌다스님이 일조통에서 금강선사라는 이름으로 포교소로 개창하고, 1913년 현위치로 옮겨왔습니다
1945년 해방을 맞아 정부로 이관되었다가 1955년 불교전북교당에서 인수하고 당시 전북종무원장 김남곡 스님께서 동국사로 개명하고, 1970년 대한불교조계종 24교구 선운사에 증여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동국사는 우리나라 개화기와 근현대사의 역사를 증명하는 건축물로써 식민지배의 아픔을 확인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서 활용가치가 높다
동국사는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식으로 지어진 사찰입니다
동국사의 대웅전은
정면 5칸 정방형 단층팔작지붕 홑처마 형식의 에도시대 건축양식으로 외관이 화려하지 않아서 소박한 느낌을 주며 지붕물매는 75도의 급경사를 이루고, 건물외벽에 미서기문이 많으며, 용마루는 일직선으로 전통한옥과는 대조를
이룹니다
또한 법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미서문으로 되어 있는등 우리내 사찰과는 많이 다른 일본 사찰건축양식을 따른게 특징이며 법당내부가 일부 변형이 되었지만 대체로 원형이 잘 보존되었답니다
법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미서기문인게 특이하고 단청도 없네요
우리나라의 사찰은 꽃살문이라해서 문에 꽃이 조각되어 있고 단청이 있어서 화려할뿐 아니라 계절에 따라서 문을 완전 개방할수 있는 아주 과학적인데 말이죠
그래도 나름 단아하고 고요한 느낌이 나쁘지는 않네요
동국사는 요사채도 법당과 복도로 연결된게 특징인데 보통 스님들이 기거하는곳으로 법당과 붙어 있는곳은 처음 봤습니다
이곳의 요사는 몸채를 퇴간으로 둘러싸는 일본 전통양식이고 사용된 목재는 모두 일본산 쓰기목이라는군요
일본 사찰이 모두 요사가 붙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동국사를 세운 우찌다 스님이 당시 결혼을 해서 부인이 있었기에 요사를 법당과 복도로 연결해서 지었다고 합니다
법당 뒤로는 대나무숲이 멋스럽게 자리잡고 있네요
동국사의 마당 한켠에는 종각이 있는데 역시 우리나라의 종과는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 졌네요
동종과 범종각
1919년 일본 경도 지금의 교토에서 다까하시 장인에 의해 주조되어 동국사에 봉인되었습니다
종 상부에는 잡음을 없애주는 음관이 없는 대신 땅을 파고 큰 항아리를 묻어 위에서 내려온 종소리를 반사시킴으로써 새로운 진동음을 만들어 내는 움통이 있고 유곽없이 유두만 108개를 배치하여 백팔번뇌를 상징하고 있다는군요
종을 천정에 고정하는 용뉴는 일체쌍두용을 구부려서 배치하고 있으며 종신에는 비천상을 배치하지 않고 종복에 보상연화문 당좌(종치는 부분)2개와 가로 세로 띠 모양을 한 문양대를 양각으로 장식하고 이 공간에는 범종제작을 도운 시주자 명단과 함께 금강사의 창건내력과 일본천황을 칭송하는 시구가 적혀 있어 한일합방시기 우리의 아픈 역사를 이 범종에서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종소리는 매우 가늘면서도 여음이 오래 남아 멀리 퍼지며 청아한 소리를 내는데 범종각도 동종과 같은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직사각형 팔작 지붕의 전통양식입니다
32관세음석불상과 12지 수본존 석불상
범종각 주위의 화강암 석불상은 관세음보살 삼십이응신 32기와 각 띠별 십이지 수본존 보살 8기로 총 40기가 1917년 조성되었습니다
천수천안관세음으로 자생년(쥐) 수본존이며 허공장보살은 축생년(소)과 인생년(범), 문수보살은 묘생년(토끼), 보현보살은 진생년(용)과 사생년(뱀), 대세지보살은 오생년(말), 대일여래는 미생년(양), 신생년(원숭이), 부동존여래는 유생년(닭), 아미타불은 술생년(개), 해생년(돼지)로 해당하는 띠해에 태어난 사람을 보호해 준다고 믿는 신앙인데 밀교적 성격이 강한 이러한 일본인들의 <자아관음>신앙은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 동국사에서만 느껴 볼 수 있습니다
동국사를 나와서 두번째로 찾은곳은 해망굴입니다
2. 해망굴
군산시의 월명산 자락 북쪽 끝에 자리한 해망령을 관통하는 터널로서 수산물의 중심지인 해망동과 군산시내를 연결하기 위해 군산항의 제3차 축항공사 기간이었던 1926년 길이 131m 높이 4.5m로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전쟁 중에는 군산에 진주한 인민군 지휘소가 이곳에 자리하여 매일 같이 연합군과 공군기들의 기관총 폭격을 받아 총알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자동차의 출입을 막아 보행자만 통과가 가능합니다
다음은 해망굴에서 멀지 않은곳에 위치한 신흥동 일본식 가옥으로 알려진 히로쓰가옥인데 영화 '장군의 아들'과 '타짜'를 촬영한곳이기에 제일 궁금했던곳 입니다
3.히로쓰가옥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에 군산에서 포목점과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며 부협의회 회원을 지낸 일본인이 건립한 일본식 2층 목조 가옥이다
'ㄱ'자 모양으로 붙은 건물이 두채있고 두 건물 사이에 꾸며놓은 일본식 정원에는 큼지막한 석등이 있으며 1층에는 온돌방, 부엌, 식당, 화장실등이 있고 2층에는 일식 다다미방이 있어 일제강점기 일본인 지주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들의 농촌 수탈 역사를 알수 있는곳입니다
지금은 개인소유로 되있는데 군산시의 협조에 따라서 일반 개방을 한다고 하는군요
이방은 다른방과 다르게 바닥, 벽, 천정이 나무로 되있는데 편백나무로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은은한 나무향이 인상깊었습니다
네번째로 한석규, 심은아 주연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입니다
4.초원사진관
영화 '8월 크리스마스'의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영화 제작진이 세트촬영을 배제하기로 하고 전국의 사진관을 찾아보았지만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중 잠시 쉬러 들어간 카페 창 밖으로 여름날의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차고를 발견하고 주인에게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 사진관으로 개조했다는군요
초원사진관이라는 이름은 주연배우인 한석규가 지은 것인데 그가 어릴적에 살던 동네 사진관의 이름으로 정원의 집과 초등학교등 영화 촬영의 대부분은 이 초원사진관 인근에서 이루어졌는데 촬영이 끝난뒤 초원사진관은 주인과의 약속대로 철거 되었다가 이후 군산시에서 영화속의 모습으로 복원하였습니다
영화 촬영중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크리스마스 장면에는 눈이 필요한데 촬영시기에 눈이 없어서 제작진은 사진관 주변에 솜과 소금을 뿌려 눈이 내린것처럼 꾸몄고 촬영후 동네 아주머니들이 이를 수거해 김장때 쓰기로 하여 제작진은 청소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고 합니다
오전부터 바삐 움직이느라 배도 출출한데 군산세관을 가다가 이성당 빵집에 잠시 들러봅니다
5.이성당 빵집
이성당(李盛堂)은 전라북도 군산시 중앙로 1가에 위치한 제과점으로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입니다
1945년 문을 연뒤 지금까지 한 자리를 지켜 온 이성당빵집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일본인이 운영하던 '이즈모야'라는 화과점이었다고 하는데
해방직후 한국인 이모씨가 가게를 인수해 '이씨성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는 빵집'이라는 뜻인 이성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답니다
그러다 지금은 작고한 오남례씨 부부가 사들여 운영했고 지금은 오씨의 며느리인 김형주씨가 경영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성당 빵집의 가장 인기있는 빵은 야채빵과 단팥빵인데 아쉽게도 야채빵은 오후 3시에 나온다고해서 단팥빵만 맛을 봤네요
빵집에 잠시 머무는동안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인해 빵집 내부는 마치 전정터 같더라구요
야채빵 맛을 못봐서 아쉬웠는데 마침 택배로 주문이 가능했지만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지금 주문하면 거의 두달후에나 받을수 있다고 하네요
이성당 빵집의 단팥빵을 먹으며 옛 군산세관으로 향합니다
6.옛)군산세관
군산항을 개방한 조선은 광무3년(1899년) 인천세관 군산지사를 설립하고 대한제국 순종2년(1908년)에 청사를 준공했습니다
독일 사람이 설계하고 벨기에에서 붉은 벽돌과 건축자재를 수입하여 건축했는데 한국은행 본점과 서울역사와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의 하나로 현재는 호남관세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건물의 지붕은 고딕양식이고 창문은 로마네스크 양식이며 현관의 처마를 끄집어 낸 것은 영국의 건축양식으로 전체적으로 유럽의 건축양식을 융합한 근대 일본 건축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이 건물은 건축사적 의미외에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에서 쌀 등을 빼앗아 가던 일본 제국주의 상징으로서 역사의 교훈을 주는 곳입니다
군산세관이 있는 군산시 장미동에는 옛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구.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이나 미즈카페, 장미갤러리가 다 한곳에 모여 있습니다
7.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 현) 근대미술관
현재 근대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은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둔 일본 지방은행으로써 조선에서는 1890년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에 지점을 개설하였는데 군산은 1970년에 조선에서는 일곱번째 지점으로 건립되었습니다
이 은행은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미곡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기관입니다
단층의 본관과 2층의 부속건물 2동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동시대 은행 건축의 일반적인 양식에 따라 폐쇄적인 외관으로 계획되었고 부분적으로 인조석을 사용하여 장식한 일제강점기 초반에 지어진 은행 건축물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8.장미갤러리
지금은 장미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는 이 건물도 일제시대에 지어졌지만 어떤 용도로 사용되던 건물인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는군요
장미갤러리 옆에는 비슷한 외관의 카페가 있는데 바로 미즈카페입니다
9.미즈카페
1930년대 건립되어 무역회사로 사용되었던 건축물이었으나 2012년도에 근대역사박물관 정면에서 이곳으로 이전, 개축했는데
이 일대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쌀 수탈의 거점이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인들의 무역회사와 상업시설이 독점하는 거리가 되었는데 1930년대 무역회사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이 건축물을 지금의 자리로 이전 개축하면서 카페테리아로 개보수 하였다고 합니다
열번째 방문지는 군산항에 위치한 진포해양테마공원입니다
10.진포해양테마공원
이 공원은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고려말 최무선 장군이 최초로 화포를 사용하여 왜구를 물리친 진포대첩을 기념하기 위하여 조성한 공원입니다
공원내에 위치한 4,200t급 위봉함에는 4D영상관을 비롯하여 최무선장군 활약상과 진포대첩 이야기 및 우리나라와 세계명해전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고 있으며 조타실, 전타실, 함교 등의 원형을 관찰 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수륙양용 장갑차, F-86 전투기, 해경정, 자주포 등 육·해·공군의 퇴역장비 13종 16대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해군상륙함 위봉함 676호
위봉함은 1945년 1월16일 미국에서 LST849함으로 건조되어 14년간 미 해군의 주력함정으로 2차 세계대전당시 연합군의 상륙잔적등에 참전한 군함인데
1959년 1월13일 미국 시애틀에서 인수받아 1959년 5월19일 진해항에 입항 LST676호 위봉함으로 명명된후 대한민국의 주력 상륙함으로써 상륙작전과 수송작전을 수행하였고 1965년부터는 월남전에 백구부대 일원으로 16회의 전투작전에 참전하여 혁혁한 전과를 올린바있다고합니다
이외에도 지난 48년간 전투활동은 물론 해군사관생도와 해군장병들의 훈련및 실습활동 지원을 통하여 국토방위와 세계평화 수호등 대한민국 해군의 충추적인 역활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2006년 12월31일 명예롭게 퇴역한 함정입니다
군산시내를 다 둘러보고 이영춘가옥으로 가는 중간에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장미칼국수집으로 향합니다
군산의 먹거리를 얘기하면 단연 짬뽕을 꼽을수 있는데 평가들을 보면 불친절과 비위생적이라는 얘기가 많더라구요
그래서 과감히 짬뽕을 뒤로 하고 칼국수로 메뉴를 정했는데 장미 칼국수 맛은 좋더군요
하지만 인천에서 푸짐한 바지락칼국수에 익숙해 있어서인지 인천만 못하더군요^^
군산의 마지막 목적지 이영춘 가옥입니다
12.이영춘가옥
군산간호대학 교내에 위치한 이영춘 가옥은 ‘농촌보건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영춘 박사가 40여년을 살았던 집입니다
이 가옥은 일제강점기때 전국 최대의 농장주인 구마모토에 의하여 1920년대에 건축된것으로서 외부형태는 유럽의 형식을 따르며 내부구조는 일식의 중복도형을 바탕으로 양식의 응접실과 한식의 온돌방이 결합된 형태의 한식, 양식, 일식의 건축양식이 복합된 모습으로 근대 새로운 주거문화가 들어오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집의 본래 주인인 구마모토는 땅의 규모가 여의도의 40배에 이르고 소작농만도 2만명을 거느린 일제시대 최대 규모의 구마모토 농장의 소유주로
소작인들의 진료를 위해 이영춘 박사를 불러왔는데 이 박사는 해방 후 구마모토가 물러간 뒤에도 이곳에 남아 농부들을 진료하다 1980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아쉽게도 마침 문이 잠겨있어서 내부는 못봤네요
처음 군산을 갈때만 하더라도 오랜된 건물들을 보러 간다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막상 군산은 일제 수탈의 증거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아픔의 도시였습니다
과거에 너무 연연하는 모습이 안좋아 보일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정부를 보니 아픔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군산은 위에서 언급한곳외에도 새만금 방조제나 은파호수공원의 야경 그리고 근대역사박물관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입니다
오늘도 눈이 시리도록 파란하늘을 보니 여행가고 싶어지는데 이렇게 좋은날 군산의 매력에 빠져보는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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