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를 출발 노보리베츠로 향합니다
오타루에서 노보리베츠는 삿포로를 거쳐 가는길이 가장 빠르지만 굳이 급할게 없어 드라이브삼아 산간마을들을 거쳐서 갑니다
그 선택이 정말 탁월했던게 간간히 만나는 산간마을들이 이뻐서 드라이브 하기 정말 좋았습니다
노보리베츠에 거의 도착할때쯤 일본의 칼데라호수중에서 3번째로 큰 도야호수를 만났습니다
칼데라호수는 화산폭발로 지하의 마그마가 있던 공간이 함몰해서 호수가 된걸 칼데라라고 하는군요
도야호수의 평균수심이 115m로 최북단의 호수지만 겨울에도 얼지 않는 호수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겨울에는 일루미네이션등 볼거리가 많은 호수라고 하는데 여름의 끝자락이었던 도야호수는 그냥 조용하더라구요
호수 중앙에 4개의 섬을 돌아 볼수 있는 유람선도 있지만 날씨가 맑지 않아 차한잔 마시고 최종 목적지인 노보리베츠로 향합니다
노보리베츠 시내에서 10여분 산으로 들어와 있는 지옥계곡 마을은 어디에 묵든 대부분 걸어서 다닐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은 산간마을입니다
그런데 워낙 유명한곳이라 개인이나 단체여행객들이 너무 많아서 북적북적하더라구요
지옥계곡 입구 주차장도 대형버스와 승용차들로 너무 복잡해 숙소로 돌아와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갔답니다
지옥계곡이라고 대형 도깨비가 마을을 지키고 있네요
지옥계곡은 생각과 달리 지옥 같지 않고 너무 고요했는데 오히려 입구가 관광객들로 지옥 같더라구요^^
너무도 고요한 이곳이 지옥이라니....
이 계곡의 북동쪽에 위치한 450m의 분화구에서 시간당 3,000리터의 온천수가 쏟아 나오고 있다는군요
최고 130℃의 온천수의 수증기와 유황가스가 자욱해서 마치 지옥을 돌아다니는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합니다
지옥계곡 위쪽에는 오유누마(大湯沼)라고 하는곳이 있는데 사실 이곳이 더 지옥 같았습니다
진입로가 좁아서 대형버스로는 접근이 힘들어 단체 관광객들은 걸어서 올수밖에 없는곳이라 지옥계곡과는 다르게 사람이 별로 없더라구요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연신 엄청난 온천수증기가 피어 오르고 있습니다
들어가는길은 온천 수증기로 자욱해서 지옥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밤에 별을 보기 위해서 오유누마를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칠흙같이 어두운 오유누마의 밤은 정말 지옥같은 느낌이....낮에 봤던 풍경은 천국이었더라구요
밤에 온도가 내려가자 수증기는 낮보다 훨씬 많아졌고 낮에는 몰았던 유황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까지....
잠시라도 있는게 너무 무서워서 돌아갈까 했지만 밤하늘에 은하수를 마주하니 그냥 갈수가 없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타임랩스를 찍고 싶었지만 도저히 무서움이 가시질 않더라구요
더구나 숲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서 플래쉬를 비춰보니 집채만한 사슴들이 여럿....
사슴이 만화에서나 이쁘지 한밤중에 마주하니 이쁘기는 커녕 호랑이랑 다를게 없었습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듯한 거리에 사슴을 보고서야 은하수고 뭐고 사진 몇장 후딱 찍고 숙소로 돌아왔답니다
지옥계곡이라고 얕잡아 봤다가 밤중에 제대로 지옥을 경험한것 같았던 노보리베츠 은하수와 함께한 밤이었습니다